세계사 이야기

    하루 3분, 세상을 바꾼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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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3분, 세상을 바꾼 물건들 · 10 · 초등 중학년 · 4분

    편지 값을 누가 먼저 낼까

    AI 생성 삽화

    1839년 겨울, 영국의 한 시골 여관 앞에 마차가 멈췄어요. 우편배달부가 편지 한 통을 내밀었어요. 젊은 여자는 겉봉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그대로 돌려주었어요. 편지 값을 낼 돈이 없다고 했지요.

    그 모습을 지켜본 사람이 롤런드 힐이었다고 전해져요. 정말 그 자리에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다만 그가 영국의 편지 값 규칙을 통째로 뒤집으려 했던 것은 분명해요.

    그때 영국에서는 편지 값을 받는 사람이 냈어요. 값은 거리에 따라 달랐고, 종이가 몇 장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졌어요. 그러니 값을 듣고 비싸다 싶으면 안 받겠다고 하면 그만이었어요.

    우체국은 며칠 걸려 편지를 가져다주고도 한 푼 못 받는 일이 잦았어요. 값을 매기는 일도 큰일이었어요. 직원이 거리 구간을 찾고 종이 장수를 세야 했거든요. 값을 적어 둔 표만 해도 두꺼운 책 한 권이었어요.

    값이 비싸니 꾀를 부리는 사람도 나왔어요. 보내는 사람이 겉봉에 미리 약속한 작은 표시를 남겨 둬요. 받는 사람은 그 표시만 보고 편지를 도로 돌려보냈어요. 한 푼도 안 내고 소식만 받아 간 거예요.

    우체국에는 헛걸음이었어요. 힘들여 편지를 나르고도 돈은 못 받았으니까요. 값이 워낙 비쌌거든요. 아예 우체국을 거치지 않고 사람을 따로 보내는 상인도 있었어요.

    롤런드 힐이 내놓은 방법은 간단했어요. 거리가 멀든 가깝든 전국 어디나 1페니. 그리고 받는 사람이 아니라 보내는 사람이 미리 내자는 것이었어요.

    값이 하나뿐이면 직원이 거리를 재고 표를 뒤질 일이 없어져요. 돈을 이미 받았으니 배달하고 나서 못 받을 일도 없고요. 편지 한 통에 드는 손이 확 줄어드는 거예요.

    그런데 반대가 거셌어요. 우체국 관리들은 값을 이렇게 낮추면 수입이 크게 준다고 했어요. 편지 값은 나라 살림에 들어가는 큰 수입이었거든요. 먼 곳까지 배달하고 1페니만 받으면 손해라는 말도 나왔어요.

    가난한 사람들이 편지를 마구 보내 우체국이 감당하지 못할 거라는 걱정도 있었어요. 그래도 1840년, 영국은 새 규칙을 시작했어요.

    값을 미리 냈다는 표시로 작은 종이 한 장을 편지에 붙이게 했어요. 검은 바탕에 빅토리아 여왕의 옆모습이 찍힌 '페니 블랙'이에요. 이제 직원은 이 종이가 붙었는지만 보면 됐어요.

    다만 검은 바탕에는 뜻밖의 허점이 있었어요. 이미 쓴 종이라고 도장을 찍어도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듬해 바탕색을 붉게 바꾸었어요.

    사람들은 흔히 우표를 발명품이라고 말해요. 하지만 새로 만들어진 것은 종이가 아니라 값을 내는 차례였어요. 누가, 언제, 얼마를 내느냐를 바꾸었을 뿐인데 오가는 편지가 크게 늘었다고 해요.

    세상을 바꾼 물건 중에는 이렇게 눈에 안 보이는 것이 섞여 있어요. 마을마다 달랐던 정오를 하나로 맞춘 표준시도 그랬지요.

    영국에서 정한 이 차례는 몇 해 만에 다른 나라로 건너갔어요. 오늘날 세계 어디서 편지를 부치든 값을 먼저 내고 종이를 붙여요. 종이 모양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차례는 같아요.

    다 읽었으면 한 문제 — 값을 하나로 정하고 미리 받자, 우체국 일은 왜 줄었을까요?

    정답: 거리를 재고 값을 매기는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에요

    값이 어디나 1페니로 같아지자 거리 구간을 찾고 표를 뒤질 일이 사라졌어요. 오가는 편지는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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