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분, 세상을 바꾼 물건들 · 12화 · 초등 중학년~고학년 · 4분
빨간불과 초록불은 어떻게 온 세상 약속이 됐을까

1868년 12월, 런던 국회의사당 옆 교차로에 쇠기둥 하나가 세워졌어요.
기둥 위에는 붉은빛과 초록빛을 내는 가스등이 달려 있었어요.
낮에는 팔처럼 생긴 판이 오르내리며 신호를 보냈어요.
밤에는 가스등 색깔이 그 신호를 대신했어요.
순경 한 명이 옆에 서서 손잡이를 돌려 신호를 바꿨어요.
말과 마차가 늘 뒤엉키던 곳이었어요. 이곳에 처음으로 멈추라는 신호와 가라는 신호가 생긴 거예요.
그런데 한 달도 못 가 사고가 났어요.
가스등 아래에서 가스가 새어 나와 불이 붙었어요.
손잡이를 돌리던 순경이 다쳐서 병원에 실려 갔어요.
이 사고 뒤로 런던은 다시 신호 장치를 세우지 않았어요.
도로 위 신호는 다시 순경의 손짓과 호루라기로 되돌아갔어요.
40년 넘게 잊혔던 신호등이 다시 필요해진 건 자동차 때문이었어요.
거리에 마차 대신 자동차가 늘면서 사고도 함께 늘었거든요.
1914년 미국 클리블랜드의 한 교차로에 전기로 켜지는 신호등이 설치됐어요.
이번엔 가스등이 아니라 전구였어요.
1923년에는 발명가 개럿 모건이 신호등을 한 번 더 고쳤어요.
멈춤과 감 사이에 '잠깐 멈춤' 신호를 하나 더 넣은 거예요.
차들이 한꺼번에 방향을 바꾸다 부딪히던 사고가 이 신호 덕분에 크게 줄었어요.
그런데 왜 하필 멈추라는 색이 빨강이고, 가라는 색이 초록일까요.
이 색 규칙은 신호등보다 먼저 기차 선로 신호에서 쓰이고 있었어요.
기관사가 멀리서도 알아보기 쉬운 색을 고른 것이었어요.
빨강은 위험을, 초록은 안전을 뜻하는 색으로 이미 자리 잡아 있었어요.
도로에 신호등을 놓을 때 사람들은 이 색 규칙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고 해요.
색을 구별하기 힘든 사람을 위해 신호등의 위치 순서도 똑같이 정했어요.
세로 신호등은 언제나 빨강이 맨 위, 초록이 맨 아래에 있어요.
색이 잘 안 보여도 위치만 보면 멈출지 갈지 알 수 있게 만든 거예요.
1968년에는 여러 나라가 빈에 모여 이 색과 뜻을 국제 약속으로 못박았어요.
그날 이후로 신호등은 어느 나라를 가도 같은 뜻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오늘날 서울에서도 런던에서도 빨간불과 초록불의 뜻은 똑같아요.
글자를 몰라도, 말이 안 통해도 신호등 색만 보면 멈출지 갈지 알 수 있어요.
진짜로 세상을 바꾼 것은 쇠기둥이나 전구가 아니라 색깔 하나에 담긴 약속이었어요.
이 약속을 어기면 전 세계 어디에서든 똑같이 위험해져요. 색깔 하나가 이렇게 힘이 셀 줄, 가스등을 처음 세운 사람은 짐작이나 했을까요.
다 읽었으면 한 문제 — 1868년 런던의 신호등이 오래가지 못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답: 가스가 새어 나와 사고가 나서 위험했기 때문이에요
가스등 아래에서 가스가 새어 나와 불이 붙었고 순경이 다쳤어요. 그 사고 뒤로 런던은 오랫동안 신호등을 다시 세우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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