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히지 않는 것

첫째 날 아침에 어머니가 밥을 두 그릇 놓았다.
"어디 가니."
"성 밖에요."
"일 있어?"
"있습니다."
어머니는 더 묻지 않고 소하 그릇에 국을 부었다. 소하는 어제 다리 밑에서 들은 것을 생각했다. 십 년 전에 관에서 사람이 왔고, 어머니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믿고 십 년을 일 년에 한 번씩 손을 펴보라고 한 사람이 지금 국을 붓고 있었다.
말할까 하다가 말지 않았다. 말하면 어머니는 오늘부터 사흘을 세게 된다. 세는 것은 소하 혼자 하면 된다.
"소하야."
"네."
"어제 시장에서 사람들이 너 보고 말을 끊었다더라."
소하는 숟가락을 들고 있었다.
"누가 그럽니까."
"국수집 아주머니가 아침에 왔다 갔어." 어머니가 말했다. "무슨 소문인지는 안 말해주더라. 안 말해주는 소문은 나쁜 소문이지."
"…네."
"밥 먹어라."
그게 다였다. 어머니는 열아홉 해 동안 이런 식이었다. 캐묻는 대신 밥을 먹으라고 하고, 대답을 못 하면 그 자리를 그냥 지나가 준다. 소하는 그것이 고마운 것인지 답답한 것인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성문을 나서면서 소하는 셈부터 했다.
성 밖 길은 마른 흙이었다. 밟으면 흙이 들떠 신 바닥에 붙었고, 몇 걸음 걷다 보면 발이 조금 무거워졌다. 소하는 걸음마다 발끝을 한 번씩 털었다.
길 왼쪽으로 낮은 돌담이 이어졌다. 아침 볕을 받은 쪽은 벌써 데워져 있었고 그늘 쪽은 아직 찼다. 소하는 걸으면서 손등을 담에 대 봤다. 데워진 자리와 찬 자리가 손등 하나 폭으로 갈렸다. 그 경계를 손으로 짚어가며 열 걸음쯤 걸었다.
어제 다리 밑에서 들은 말 중에 셀 수 있는 것은 두 개였다. 여섯, 그리고 사흘.
관청 앞에 줄을 서면서 배운 것이 하나 있다. 백 명이 줄을 서면 백 가지 이유가 있는데, 창구에서 보는 건 종이 한 장이다. 종이에 적힌 것만 남는다. 그러니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말하려면 종이에 적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소하는 어제 일을 종이에 적을 수 있게 줄여봤다.
골목에서는 됐다. 다리 기둥에서는 안 됐다. 벽에 등을 붙였을 때도 안 됐고 문틀에 손가락을 넣었을 때도 안 됐다. 붓과 종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
된 것은 하나고 안 된 것은 넷이다. 그러면 된 것에만 있고 안 된 것에는 없는 게 답이다.
골목에는 수레가 있었다.
다리 기둥은 가만히 있었다. 벽도 가만히 있었다. 문틀은 소하가 움직였지만 문틀 자체는 가만히 있었고, 종이는 아예 놓여 있었다.
소하는 자기 손을 봤다. 열아홉 해 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손이었다.
"움직여야 되나."
혼잣말을 하고 나서 소하는 조금 부끄러웠다. 그런데 그것 말고 다른 셈이 나오지 않았다.
시험할 곳으로 소하는 성 밖 물레방아를 골랐다. 은포에는 방앗간이 넷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작년에 물이 끊겨 버려졌다. 사람이 안 오고, 무엇보다 그 방아는 아직 돈다. 물이 조금 남아 있어서 하루에 몇 번 천천히 돌았다.
방아채와 굄돌 사이가 열릴 때는 두 뼘이고 닫힐 때는 손가락 두 개가 겨우 들어간다. 닫히는 데 셋을 세면 된다.
소하는 그 앞에 앉아서 한나절을 그냥 봤다.
열리고 닫히고 열리고 닫혔다. 사람이 손을 넣었다가 못 뺀 적이 있어서 방아 앞에는 늘 아이들이 오지 말라는 말이 붙어 있었다. 소하는 그 말이 붙은 나무판을 옆으로 치웠다.
처음에는 나뭇가지를 넣었다. 닫히면서 부러졌다. 부러진 자리가 하얗게 일어섰다.
두 번째로는 무를 넣었다. 무는 반으로 갈렸다.
세 번째에 소하는 손을 넣었다.
정확히는 손을 넣으려고 했다.
방아채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셋을 세면 내려온다는 것을 알고, 그 사이에 손을 넣는 것은 셈으로는 쉽다. 몸으로는 안 된다. 손이 안 간다. 손목까지는 가고 손등이 안 가고, 손등까지 가면 손가락이 오그라진다.
소하는 세 번 손을 뺐다.
네 번째에는 손목을 다른 손으로 잡고 밀어봤다. 밀리지 않았다. 두 손이 서로 반대로 힘을 쓰는 것이 우스워서 소하는 잠깐 웃었다. 웃고 나서 앉아 물을 봤다.
무를 갈랐던 자리에 흰 물이 조금 남아 있었다. 무는 반으로 갈렸고, 나뭇가지는 부러졌고, 사람 손은 작년에 어떤 사람이 못 뺐다.
소하는 그 사람 얘기를 알고 있었다. 방앗간 일꾼이었는데 손을 못 빼서 팔을 잃었다. 지금은 성문 앞에 앉아 있다. 그 사람 옆을 지날 때마다 소하는 조금 빨리 걸었다. 계도 없고 팔도 없는 사람이 앉아 있는 자리를 지날 때는 다들 조금 빨리 걷는다.
그래서 소하는 자기가 지금 무엇을 걸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걸 것이 팔 하나라면, 안 걸었을 때 남는 것은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으로 넷에게 끌려가는 것이었다.
네 번째에 눈을 감았다.
감고 손을 넣었다.
무엇이 손등을 스쳤다. 사이가 있었다. 골목에서처럼 두꺼웠다 — 손이 들어갈 만큼이 아니라 팔이 들어갈 만큼. 소하는 그 안에서 손을 펴봤다. 펴졌다. 방아채가 내려오는 무게가 손 위 어딘가에서 멈춰 있는 게 느껴졌다. 닿지는 않았다.
소하는 웃었다. 웃은 줄도 몰랐다.
그리고 눈을 떴다.
떴을 때 소하는 자기 손과 방아채 사이를 봤다. 반 뼘쯤 남아 있었다. 반 뼘을 눈으로 본 순간 그것이 반 뼘이 됐다.
방아채가 내려왔다.
소하는 손을 뺐다. 손등이 아니라 손목 위쪽이 굄돌 모서리에 갈렸다. 소리는 크지 않았다. 아픈 것도 조금 늦게 왔다.
물레방아는 계속 돌았다. 소하는 앉아서 팔을 봤다. 손목에서 팔꿈치 쪽으로 세 치쯤, 살이 벌어져 있었다. 피가 났다.
그래도 소하는 그 자리에 한참 앉아 웃고 있었다.
"보면 안 되는 거였어."
종이에 적을 수 있게 됐다. 움직여서 좁아지는 사이만 만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보면 안 된다. 두 줄이었다.
은포로 돌아오는 길에 피가 팔꿈치까지 흘렀다. 소하는 옷고름을 풀어 감았다. 그것으로는 안 됐다.
다리 밑 매듭꾼에게 가려면 두 냥이 있어야 한다. 소하에게는 아홉 푼이 있었다. 그래도 갔다. 어제 그 매듭꾼은 젊었고 젊은 매듭꾼은 값을 깎아준다는 말을 들었다.
"아홉 푼입니다."
매듭꾼은 소하 팔을 보고, 아홉 푼을 보고, 다시 팔을 봤다. "이건 두 냥짜리가 아니야. 세 치면 다섯 푼."
"…감사합니다."
매듭꾼이 손가락에 실을 감았다. 상처 양쪽을 잡았다. 소하는 어제 다리 밑에서 본 대로 그것이 닫히는 걸 기다렸다.
닫히지 않았다.
매듭꾼이 손을 놓고 다시 잡았다. 실을 한 겹 더 감고 잡았다. 소하는 그때 매듭꾼의 손끝이 자기 살에 닿지 않고 있는 것을 봤다. 종이에 닿지 않던 붓처럼, 살에서 한 겹 떠 있었다.
"…뭐야."
"왜 그러십니까."
"잡히는데 안 붙어." 매듭꾼이 말했다. 목소리가 변했다. "양쪽이 잡히는데 사이가 안 없어져. 이런 건 없어."
"다시 해보시면."
"안 해." 매듭꾼이 실을 손가락에서 풀었다. 풀면서 손이 떨렸다. "너 뭐야. 어깨에 띠도 없고."
소하는 아홉 푼을 내밀었다. 매듭꾼은 받지 않고 일어섰다. 일어서서 두 걸음 물러났다.
"미정이야?"
소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도 대답이 됐다.

매듭꾼이 자기 짐을 챙겨서 다리 밑에서 나갔다. 나가면서 뒤를 두 번 봤다. 소하는 팔을 감은 옷고름을 다시 조였다. 조여도 피가 배어 나왔다.
그리고 앉아서 그것이 무슨 뜻인지 생각했다.
은포에서 다치면 매듭꾼에게 간다. 짐꾼은 자주 다치니까 짐꾼은 매듭꾼을 자주 본다. 값이 없으면 참고, 참다가 안 되면 값을 빌려서 간다. 그게 이 도시에서 몸이 상했을 때 하는 일의 전부다.
소하는 앞으로 그것을 못 한다.
오늘 세 치가 안 붙었으면 다음에 다섯 치도 안 붙는다. 팔이 부러지면 뼈꾼이 세워주기는 할 것이다. 뼈는 붙이는 게 아니라 세우는 것이니까. 그런데 살이 벌어지면 소하는 그것이 저절로 아물기를 기다려야 한다.
다시 말하면, 소하는 앞으로 다칠 때마다 지금보다 오래 아프다.
그 셈이 끝나고 나서 소하는 조금 무서워졌다. 방아 앞에서는 안 무서웠는데 지금 무서웠다. 사이를 쓸 수 있다는 것과 사이가 안 닫힌다는 것이 같은 하나라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물소리 사이로 누가 웃었다.
소하는 고개를 들었다. 다리 반대쪽 기둥에 사람이 기대어 서 있었다. 젊은 남자였고, 어깨에 띠가 없었고, 옷이 은포 옷이 아니었다. 옷깃을 왼쪽으로 접어 여민 옷이었다. 은포에서는 오른쪽으로 여민다.
"그거 붙는 데가 아니야." 그 사람이 말했다. 말투도 은포 말투가 아니었다. "너 같은 애들은 매듭으로 안 닫혀. 사이를 쓰는 애 몸에서는 사이가 안 없어지니까."
소하는 일어섰다.
"너 같은 애들이라니요."
"너 같은 애들." 그 사람이 다리 밑으로 걸어 들어왔다. "내가 있던 데는 그거 이름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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