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는 사람

다리 밑에서 그 사람은 소하 앞에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은포에서는 그렇게 안 앉는다.
"팔부터 어떻게 하자. 계속 흘려." 그가 옷 안에서 마른 잎을 몇 장 꺼내 입에 넣고 씹었다. 소하가 모르는 잎이었다. "여기서는 안 나. 씹어서 얹으면 굳는다."
"매듭으로 닫으면 됩니다."
"우리 쪽엔 매듭이 없어." 그가 씹은 잎을 상처에 얹고 옷고름으로 감았다. 손이 빨랐다. 여러 번 해본 손이었다. "다친 사람이 다 너처럼 산다. 오래 아프고 흉이 남고 어떤 사람은 그냥 죽어."
소하는 그 말을 잠깐 이해하지 못했다. 매듭이 없는 곳이 있다는 말은, 매듭이 있는 곳도 여럿이라는 말이었다.
"제 속성 이름을 아신다고 했습니다."
"틈."
물소리가 났다. 소하는 그 한 글자를 두 번 속으로 되뇌었다. 열아홉 해 동안 소하에게 붙은 말은 미정 하나였고, 정해지지 않았다는 말은 이름이 아니다.
"우리 쪽엔 그게 여덟 중 하나야." 그가 땅에 선을 그었다. "속성이 여덟이라고. 여기는 열여섯이지. 겹치는 게 다섯이고, 나머지는 서로 없어. 너희한테 있는 이름이라는 건 우리 쪽에서 아무도 못 해."
"…열여섯이 전부가 아닙니까."
"열여섯은 은포가 적어놓은 숫자지." 그가 소하를 봤다. "너는 없는 게 아니라 여기 목록에 안 적힌 거다. 우리 쪽엔 틈이 적혀 있고, 가르치는 사람이 있고, 쓰는 사람이 있어."
소하는 그 말을 세 번 속으로 되뇌었다. 백사십 년 만에 나온 두 글자는 소하가 비어 있다는 표시가 아니었다. 은포의 목록이 짧다는 표시였다.
"그리고 너는 사이를 넓히는 게 아니야." 그가 다리 기둥을 손등으로 두드렸다. "어제 골목에서 반 자가 두 자 됐을 때, 그 안에 우리 쪽 바람이 조금 들어와 있었다. 너는 사이에 다른 데를 겹쳐 넣는 거다. 나는 어디가 얼마나 가까운지 아는 사람이라 그게 느껴져."
소하는 자기 손을 봤다. 굄돌에 갈린 자리가 아직 남아 있었다.
"당신 이름은 뭡니까."
"여기서는 무명이라고 하고 다녀. 이름 없는 게 제일 안 걸리적거려서." 그가 일어섰다. "근데 너는 이미 알려졌다. 매듭꾼이 봤어. 계 사람은 관에 적어 보내야 벌을 안 받아."
"계는 언제 옵니까."
"오늘 밤."
소하는 다리 밖으로 나가려다 멈췄다. 집으로 가면 어머니가 있다. 계 사람들이 오는 곳이 집이면 어머니가 그 자리에 있게 된다.
"숨을 데는 알려줄 수 있어." 무명이 말했다. "얇은 데는 사람이 잘 안 찾는다. 이틀은 버텨."
"어머니가 집에 있습니다." 소하는 다리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저는 오늘 하나 알았습니다. 그걸 제 입으로 말하려고 합니다."
소하는 집에 와서 밥을 먹고 그릇을 씻고 앉아서 기다렸다.
어머니가 옆에서 바느질을 했다. 등잔 하나로 둘이 앉아 있으면 어머니 쪽이 밝고 소하 쪽이 어둡다. 열아홉 해 동안 그 자리였다.
"팔은." 어머니가 물었다.
"괜찮습니다."
"매듭 갔니."
소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바늘을 놓았다.
"두 냥 없어서 못 갔어?"
"갔습니다." 소하가 말했다. "안 붙었습니다."
어머니는 한참 소하를 봤다. 그리고 소하 팔을 잡아 옷고름을 풀었다. 무명이 얹어준 잎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어머니는 그것을 뜯지 않고 다시 감았다.
"오늘 밤에 누가 오니."
소하는 그때 처음으로 말했다. 골목에서 수레가 지나간 것, 다섯 자에서 넉 자 반을 뺀 반 자, 어물전 주인이 비켜선 눈, 다리 밑의 이름꾼과 사흘, 물레방아와 방아채, 그리고 잎을 씹어 얹어준 사람.
다 말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종이에 적을 수 있게 줄여둔 것이 있어서 그랬다.
어머니는 중간에 한 번도 묻지 않았다. 다 듣고 나서 한 번 물었다.
"그래서 너 뭐 할 수 있는 애야?"
"사이를 만집니다."
"…사이."
"움직여서 좁아지는 사이만요. 그리고 보면 안 됩니다."
어머니는 등잔 쪽으로 얼굴을 조금 돌렸다. 소하는 어머니가 우는지 보려고 했는데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열 해 전에 관에서 사람이 왔었다." 어머니가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했어. 나는 그 말을 믿었는데, 믿은 게 아니라 그 말밖에 들을 게 없었던 거지."
"어머니."
"일 년에 한 번 손 펴보라고 한 건 미안하다." 어머니가 말했다. "나는 뭐가 나오길 바란 게 아니야. 니가 아직 안 정해진 애라는 걸 니 입으로 한 번씩 확인해주면, 정해진 게 아니니까 아직 나쁜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어."
소하는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열아홉 해 동안 어머니가 왜 그랬는지 오늘 알았다.
"미정이 나쁜 게 아니었습니다." 소하가 말했다. "적히지 않은 거였습니다."
계 사람들은 밤 열 시쯤 왔다.
넷이 아니었다. 둘이었다. 매듭계 띠를 걸친 사람 하나와 뼈계 띠를 걸친 사람 하나. 문을 두드리지 않고 마당에 들어와서 소하를 불렀다.
"미정."
이름이 아니라 그것으로 불렸다. 소하는 나갔다. 어머니가 뒤에 따라 나오려는 것을 손으로 막았다.
"방에 계세요."
"소하야."
"방에 계세요." 소하가 한 번 더 말했다. 어머니가 문틀을 잡고 섰다.
매듭계 사람은 낮에 다리 밑에 있던 젊은 매듭꾼이 아니었다. 나이가 있고 손가락 여러 개에 실이 감겨 있었다.
"낮에 우리 사람 앞에서 뭘 했지."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팔을 붙여달라고 했습니다."
"안 붙었다더라."
"네."
"매듭이 안 붙는 몸은 없다." 그가 말했다. "매듭은 두 개를 잇는 거야. 안 이어지는 건 사이에 뭐가 있다는 뜻이고, 사이에 뭘 넣는 건 허가된 용법이 아니야."
"저는 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 나쁘지. 계가 있으면 계가 벌을 받고 끝나. 계가 없으면 네가 받는다."
뼈계 사람이 그때 앞으로 나왔다. 말은 하지 않고 소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얹기만 했는데 소하는 무릎이 굳는 것을 느꼈다. 딱 소리가 났다.
"관까지 걸어갈 거야." 매듭계 사람이 말했다. "관에서 물어볼 게 있으면 관이 묻는다."
소하는 무릎이 굳은 채로 서 있었다. 굳은 것은 무릎이고 팔은 아니었다. 어제 다리 밑에서 이름에 붙잡혔을 때도 손가락은 움직였다. 속성은 사람을 다 붙잡지는 못한다.
그리고 뼈계 사람이 소하 팔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움직여서 좁아지는 사이였다.
소하는 눈을 감았다.
손이 오는 것을 보지 않았다. 보면 자리가 정해진다. 오늘 방아에서 반 뼘을 눈으로 본 순간 그게 반 뼘이 됐다. 그러니까 보지 않고, 그 사이가 얼마인지 정하지 않고, 그냥 그 사이에 다른 데가 겹쳐 있다고 두었다.
손이 닿지 않았다.
뼈계 사람이 한 번 더 뻗었다. 또 닿지 않았다. 소하와 그 사람 사이는 두 자였는데 팔이 두 자를 가지 못했다.
마당에서 바람이 났다. 은포 바람이 아니었다. 마르고 조금 단 냄새가 났고, 어디서 물이 아니라 모래가 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아주 잠깐이었다.
어머니가 문틀에서 손을 뗐다.
"…뭐야." 매듭계 사람이 물었다. 목소리가 낮아져 있었다. "방금 무슨 냄새가."
소하는 눈을 떴다.
떴을 때 사이는 두 자로 돌아왔고 뼈계 사람의 손은 소하 팔에 닿아 있었다. 아까와 같은 손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손을 놓았다. 놓고 두 걸음 물러났다.
"저는 사이를 만집니다." 소하가 말했다.
마당이 조용했다.
"움직여서 좁아지는 사이만 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보면 안 됩니다. 두 줄입니다." 소하는 숨을 한 번 쉬었다. "이게 제가 오늘 알아낸 전부입니다. 더 있는지는 모릅니다. 아무도 안 가르쳐주니까 제가 알아내야 합니다."
"…허가받지 않은 용법이다."
"허가할 계가 없습니다." 소하가 말했다. "열여섯에 없으니까요."
그때 마당 밖에서 등불 하나가 들어왔다.
이름꾼이었다. 어깨에 여전히 띠가 없었고, 뒤에 사람 셋이 따라 들어왔다. 관 옷이었다.

"넷이 사흘 걸린다고 했는데." 소하가 말했다.
"사흘 걸리는 걸 내가 이틀로 줄였다." 이름꾼이 말했다. "계가 먼저 오면 너는 관까지 걸어가는 동안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계는 사람을 넘기기만 하니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도 아무 기록이 안 남아."
매듭계 사람이 이름꾼을 봤다. 띠 없는 어깨를 보고, 뒤에 선 관 옷 셋을 보고, 입을 닫았다.
"들었지." 이름꾼이 매듭계 사람에게 말했다. "이 아이가 방금 자기 용법을 자기 입으로 말했다. 셋이 들었고 나도 들었고 너희 둘도 들었어. 그러면 절차가 바뀐다."
"…어떻게 바뀝니까."
"쓰기 전에 물어봐야 한다." 이름꾼이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물어보고 쓴다. 관 규정이야. 백사십 년 동안 쓸 일이 없어서 아무도 안 읽었지."
그리고 이름꾼 뒤에서 관 옷을 입은 사람 하나가 앞으로 나왔다.
늙은 사람이었다. 아주 늙어서 걸음이 짧았다. 그 사람이 소하 앞에 서서 한참 얼굴을 봤다.
"신이 컸지." 그가 말했다.
소하는 그 사람을 알아보지 못했다.
"열 해 전에 마당에서, 네가 신을 크게 신고 있었어. 어머니가 다음 해까지 신으라고 사준 것이라고 했다." 그가 말했다. "내가 그때 붓을 세 번 바꿨다."
소하의 무릎이 아직 굳어 있었다. 그래서 물러설 수도 없었다.
"…기록관이십니까."
"지금은 관에서 적는다." 그가 종이와 붓을 꺼냈다. 늙은 손이었는데 붓을 쥐는 자세는 열 해 전과 같았다. "그날 내가 물었지. 방금 무엇을 만졌느냐고."
"기억합니다." 소하가 말했다. "어머니가 열 번은 넘게 말해주셨습니다."
"이제 대답할 수 있겠니."
소하는 마당을 봤다. 조금 전 마른 냄새가 났던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매듭계 사람과 뼈계 사람이 두 걸음 물러난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고, 어머니가 문틀 옆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었고, 담 밖 어디에서 무명이 보고 있을 것이었다.
"사이입니다." 소하가 말했다. "그날 붓하고 종이 사이를 만졌습니다. 만진 줄은 몰랐습니다."
"사이에 무엇을 넣었느냐."
소하는 잠깐 대답하지 못했다. 무명이 한 말을 그대로 옮기면, 그 말 안에는 이 세계가 하나가 아니라는 말이 들어 있었다. 그것을 관 앞에서 말하면 어떻게 되는지 소하는 알지 못했다.
"…모릅니다." 소하가 말했다. "넣는 게 아니라, 다른 데가 거기 겹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늙은 기록관의 붓이 멈췄다.
그리고 그는 소하가 처음 보는 얼굴을 했다. 놀란 얼굴이 아니었다. 오래 기다린 것을 마침내 들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다른 데."
"네."
그가 종이를 무릎에 놓고 적었다. 이번에는 붓이 종이에 닿았다. 두 글자를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적는 것이 아니라, 열 해 전 여백에 적힌 두 글자 옆에 새로 적는 것이었다.
소하는 그가 무엇을 적는지 보지 못했다. 다만 그가 적기를 마치고 붓을 내려놓으며 한 말은 들었다.
"은포 목록이 열일곱이 되겠구나."
마당의 등불이 하나둘 꺼졌다. 뼈계 사람이 소하 무릎을 풀어주고 갔다. 매듭계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갔다.
소하는 어머니와 마당에 남았다. 무릎이 아직 저렸다.
열 해 전 그 마당에서 소하는 무엇을 만졌는지 몰랐고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물어본 사람이 오늘 다시 물었고, 오늘은 대답했다.
그러니까 소하가 그날 무엇을 만졌는지 알게 된 것은, 정확히 십 년이 지나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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