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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정 — 열일곱 번째 속성
    5 · 2026년 8월 3일

    마른 우물

    마른 우물 안, 소하가 눈을 감고 줄을 타고 내려가며 맨발로 벽을 더듬는다. 얼굴 옆 벽에는 앞서 내려간 사람들이 남긴 긁힌 자국이 겹겹이 남아 있고, 위쪽 작은 원 안으로 사람들의 그림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눈을 감고, 열여덟 자보다 깊이 내려갔다.

    관에서 소하에게 처음 준 것은 밥이었다.

    죽 한 그릇과 나물 두 가지. 소하는 다 먹고 그릇을 포개서 문 옆에 놓았다. 짐 나르던 집에서 밥을 얻어먹을 때 하던 대로였다. 그릇을 놓고 나서, 여기서는 이렇게 안 해도 되는 건가 하고 잠깐 생각했다.

    방에는 창이 하나 있고 문이 하나 있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소하는 아침 사이에 두 번 열어봤다. 두 번 다 복도가 비어 있었고, 두 번 다 다시 닫았다.

    해가 마당 절반쯤 들어왔을 때 늙은 기록관이 들어왔다. 종이 석 장과 붓과 벼루를 들고 있었다. 소하가 자리를 비켜주려는데 그가 손을 저었다.

    "앉아 있어라. 오늘은 내가 묻는다." 그가 말했다. "물어보고 쓴다고 했으니 순서가 그렇다."

    "물으십시오."

    "언제부터 됐느냐."

    "그저께 아침입니다."

    붓이 멈췄다. "열 해가 아니고?"

    "열 해 전에 한 번 됐고, 그다음은 그저께 아침입니다." 소하가 말했다. "그 사이에는 아무것도 안 됐습니다. 안 해본 게 아니라 안 됐습니다."

    "몇 번 됐느냐."

    "세 번입니다. 그저께 아침 골목에서 수레하고 벽 사이, 어제 낮 물레방아 방아채, 어젯밤 마당에서 뼈계 사람 손."

    "안 된 것은."

    소하는 손가락을 폈다. "붓하고 종이. 문틀. 벽. 마당에 놓인 광주리. 어제 물레방아에서 눈을 뜬 다음의 방아채. 아, 하나 더 있습니다. 어제 다리 밑에서 제 손하고 굄돌 사이를 해봤는데 안 됐습니다."

    기록관이 적었다. 적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안 된 것을 먼저 세어둔 아이는 처음이다."

    "된 것만 세면 두 줄이 안 나옵니다." 소하가 말했다.

    그가 붓을 벼루에 걸치고 소하를 봤다. 열 해 전 마당에서 소하가 서 있던 자리를 오래 보던 그 눈이었다.

    "물어보셨으니 저도 묻겠습니다." 소하가 말했다.

    "규정에 그건 없다."

    "없으면 안 됩니까."

    기록관은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종이를 한 장 넘겼다.

    "없으면 내가 정한다. 물어라."

    "늙은 짐꾼이 있습니다. 그저께 어물전 앞에서 관에 끌려갔습니다. 어디 있습니까."

    "아래 창고에 있다. 사흘 데리고 있다가 보낸다." 그가 말했다. "미정을 본 사람은 사흘을 데리고 있는 게 규정이다. 오늘 저녁에 나간다."

    "때렸습니까."

    "안 때린다." 기록관이 말했다. "그런 건 계가 하지 관은 안 한다. 관은 적기만 하면 돼서 때릴 이유가 없어."

    소하는 그 말을 그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일단 두었다. 하나 더 물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섯 명은 어디 있습니까."

    붓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

    "…누가 여섯이라고 하더냐."

    "이름꾼입니다."

    "그럼 그 사람한테 물어라."

    "그 사람은 여섯 번째가 자기 동생이라고 했습니다. 동생 일을 동생 오라비한테 물으면 대답이 반만 나옵니다." 소하가 말했다. "어르신은 적는 사람이니까 다 적으셨을 겁니다."

    기록관은 한참 소하를 봤다.

    "적힌 대로 말하면, 다섯은 죽었다."

    "여섯 번째는요."

    "기록이 없다."

    "기록이 없다는 건 어떤 뜻입니까."

    "내가 안 적었다는 뜻이 아니라, 적을 게 없었다는 뜻이다." 그가 말했다. "죽으면 죽었다고 적는다. 도망가면 도망갔다고 적는다. 여섯 번째는 둘 다 아니어서 그 줄이 비어 있어."

    소하는 그 말을 종이에 적을 수 있게 줄여보려고 했다. 줄여지지 않았다.

    "그러면 관이 저한테 시킬 일을 물으십시오."

    "그건 여기서 못 묻는다." 기록관이 붓을 챙기고 일어섰다. 늙은 사람 특유의 짧은 동작이었다. "보여주는 게 빠르겠다. 걸을 수 있겠니."

    관 뒤뜰로 나가는 데 문을 세 개 지났다.

    첫째 문은 그냥 문이었고 둘째 문은 빗장이 걸려 있었다. 셋째 문에는 자물쇠가 없었다. 대신 문틀과 문짝에 걸쳐 못이 박혀 있었다. 열려면 못을 뽑아야 하는 문이었다. 관 사람 하나가 장도리로 못을 뽑았다. 못머리가 다 뭉개져 있었다. 여러 번 뽑고 여러 번 다시 박은 못이었다.

    문 안쪽은 마당이었다. 풀이 무릎까지 자라 있었다. 그 가운데에 돌로 쌓은 우물이 있었다.

    이름꾼이 우물 옆에 서 있었다. 어깨에 여전히 띠가 없었다.

    "밥은 먹였고?" 그가 기록관에게 물었다.

    "먹였다."

    "팔은."

    "안 닫힙니다." 소하가 말했다. "어제 얹은 게 아직 붙어 있습니다."

    소하는 우물로 갔다. 아가리에 손을 얹고 안을 봤다. 깜깜했고 아무 소리도 안 났다. 돌을 하나 주워 떨어뜨렸다. 물소리 대신 마른 소리가 났다. 세는 사이에 하나 반쯤 지나서 났다.

    "물이 없습니다."

    "이백 년 됐다." 기록관이 말했다. "은포가 처음 커질 때 이 우물이 먼저 말랐어. 그런데 그해 여름에 아래에서 바람이 올라왔다. 마른 우물에서 바람이 나면 사람들이 메운다. 관은 안 메우고 문을 달았다."

    소하는 우물 안쪽으로 얼굴을 넣었다. 냄새가 났다. 마르고 조금 단 냄새였다.

    어젯밤 마당에서 났던 냄새와 같았다.

    "…여기 얇습니다." 소하가 말했다.

    이름꾼이 소하를 봤다. "얇다는 게 무슨 말이야."

    소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무명 얘기는 아직 하지 않기로 그저께 밤에 정해두었다.

    우물 안쪽 벽에는 긁힌 자국이 있었다. 손이 닿는 높이에 몰려 있었다. 손톱으로 긁은 것도 있고 쇠붙이로 판 것도 있었다. 어떤 자국은 오래돼서 이끼가 앉았고 어떤 자국은 새것이었다. 세어보려다가 그만뒀다.

    "여기서 다섯이 죽었습니까."

    "셋이 여기서 죽었고 둘은 나중에 죽었다." 기록관이 말했다. 목소리가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는 게 더 나빴다. "규정대로 묻는다. 이 자리에서 네 용법을 써보겠느냐."

    "안 된다고 하면 어떻게 됩니까."

    "오늘은 안 쓴다."

    "내일은요."

    "내일 또 묻는다."

    소하는 우물 아가리를 손바닥으로 쓸었다. 돌이 차가웠다.

    "매일 물으실 겁니까."

    "매일 묻는다." 기록관이 말했다. "그게 물어보고 쓴다는 것의 뜻이다. 나는 네가 그걸 잘못 알고 있을까 봐 지금 말해두는 거야."

    "하겠습니다." 소하가 말했다. "대신 오늘 것은 제가 정하겠습니다. 어르신이 시키는 대로 하면 앞의 다섯하고 똑같이 됩니다."

    마른 우물 안쪽. 둥글게 휜 돌벽에 손톱으로 긁은 자국이 무수히 새겨져 있고, 오래된 것과 새것이 섞여 있다. 화면 위쪽 멀리 우물 아가리가 작은 빛의 원으로 보이고 두레박줄 한 가닥이 벽을 타고 내려온다.
    벽에 앞서 들어간 사람들의 자국이 남아 있었다.

    기록관이 종이를 폈다. "정해라."

    소하는 먼저 우물 아가리의 돌 두 개 사이를 잡았다. 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틈이 있었다. 눈을 감고 그 사이에 손을 댔다.

    아무 일도 없었다.

    돌은 안 움직인다. 안 움직이는 것은 안 된다. 그건 그저께 밤에 문틀에서 이미 알았다. 알면서도 해본 것은, 안 되는 것을 사람 앞에서 한 번 보여주고 시작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였다.

    "안 됩니다." 소하가 말했다. "이렇게는 백 번 해도 안 됩니다. 앞의 다섯이 여기 벽을 긁은 건 이걸 계속했기 때문일 겁니다."

    이름꾼이 벽의 자국을 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하는 돌을 하나 더 주워 우물에 떨어뜨렸다. 돌은 떨어지면서 바닥과의 사이를 좁혔다. 움직여서 좁아지는 사이였다. 규칙에 맞았다.

    그런데 아무 일도 없었다.

    소하는 그 자리에 앉아서 세어봤다. 된 것 세 번. 골목에서는 벽하고 나 사이였다. 물레방아에서는 방아채하고 내 팔 사이였다. 어젯밤에는 뼈계 사람 손하고 나 사이였다.

    세 번 다 한쪽이 나였다.

    "줄 있습니까." 소하가 물었다.

    관 사람이 두레박줄을 가져왔다. 소하는 줄을 우물 기둥에 두 번 감고 끝을 잡았다.

    "내려가려고?" 이름꾼이 말했다.

    "사이 한쪽이 저여야 됩니다." 소하가 말했다. "돌을 떨어뜨리면 돌하고 바닥 사이가 좁아지는데 거기 제가 없습니다. 제가 내려가면 제 발하고 바닥 사이가 좁아집니다."

    "떨어지면 죽어."

    "안 떨어지게 잡아주십시오."

    소하는 줄을 잡고 우물 안으로 들어갔다.

    돌벽은 미끄럽지 않았다. 발끝을 돌 사이에 걸칠 수 있었다. 다섯 자쯤 내려가자 위에서 들어오던 빛이 동전만 해졌다. 팔에 얹었던 잎이 줄에 쓸려 떨어져나갔고 그 자리가 다시 뜨거워졌다. 손바닥이 미끄러웠다. 피였다.

    여기서는 눈을 감는 게 제일 쉬웠다. 어차피 아무것도 안 보였다.

    소하는 눈을 감고 발을 내렸다.

    발과 바닥 사이가 좁아지고 있었다. 얼마인지는 몰랐다. 아까 돌 떨어지는 소리로 재보면 여남은 길쯤이었을 텐데, 재지 않기로 했다. 재면 그만큼으로 굳는다.

    몇 자쯤 더 내려갔다.

    발이 안 닿았다.

    또 내려갔다. 또 안 닿았다. 줄이 손안에서 계속 풀렸고 소하는 자기가 우물보다 더 깊이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알면서 눈을 뜨지 않았다.

    바람이 났다.

    밑에서 위로 부는 바람이었다. 마르고 조금 달았다. 어디선가 모래가 쓸리는 소리가 났고 그 소리는 아주 잠깐이 아니라 계속됐다. 소하는 한 손을 놓고 발밑을 더듬었다.

    바닥이 없었다. 대신 손끝에 뭔가가 걸렸다.

    잡았다. 나무였다. 손바닥만 하고 납작했다.

    "소하."

    위에서 이름꾼이 이름을 불렀다.

    몸이 굳었다. 손가락은 움직였지만 팔이 굳었고 어깨가 굳었다. 눈이 저절로 떠졌다. 뜬 순간 발밑에 바닥이 있었다.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발바닥에 닿아 있었다. 바람이 멎었다.

    관 사람들이 줄을 당겼다.

    소하는 우물 밖 풀밭에 눕혀졌다. 하늘이 너무 밝아서 한참 아무것도 안 보였다.

    "네 이름을 불렀다." 이름꾼이 말했다. 목소리가 이상했다. "미안하다. 줄이 다 풀렸는데 네가 계속 내려가고 있었어."

    "…얼마나요."

    "줄이 스물다섯 자야." 기록관이 말했다. "우물은 열여덟 자다."

    소하는 손에 쥔 것을 폈다.

    나무패였다. 관에서 쓰는 것과 같은 모양이었고 위쪽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앞면에 관 표식이 찍혀 있었다. 뒤집었다.

    뒷면에 한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여섯이었다.

    이름꾼이 소하 손에서 그것을 가져갔다. 가져가는 손이 떨렸다.

    "이건 우리가 채우는 거다." 그가 말했다. "목에 걸어. 들어갈 때 채우고 나올 때 뺀다."

    "여섯 번째는 안 나왔다고 하셨습니다."

    이름꾼은 대답하지 않았다. 패를 두 손으로 쥐고 서 있었다.

    기록관이 그 앞으로 가서 패를 들여다봤다. 늙은 사람이 뭔가를 오래 볼 때는 얼굴을 아주 가까이 가져간다. 그가 그렇게 하고 나서 말했다.

    "젖었다."

    마당이 조용했다.

    이백 년 마른 우물 밑에서 올라온 나무패가 젖어 있었다. 물기가 손바닥에 묻어났고, 아직 마르지 않아서 나무 색이 한쪽만 짙었다.

    "어디서 젖었습니까." 소하가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기록관이 종이를 폈다가 다시 접었다. 오늘 처음으로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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