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를 사람

관은 하루에 한 번 사람을 들인다. 어머니는 사흘째 되는 날에도 그 시각에 맞춰 왔다.
앞마당에 서서 기다리다가 소하가 나오자 먼저 손부터 잡았다. 손등 갈라진 자리에 새 금이 하나 더 가 있었다. 관에 아들을 두고도 빨래를 계속 받았다는 뜻이었다. 담 너머 어디선가 다듬이질 소리가 났고, 그 소리는 두 사람이 서 있는 동안 한 번도 끊기지 않았다.
"밥은."
"먹습니다. 아침에 죽하고 나물 두 가지 줍니다."
"살은 안 붙었네." 어머니가 소하 팔을 걷어 옷고름 밑을 봤다. 무명이 얹어준 잎은 진작 떨어져나갔고 갈린 자리가 그대로 벌어져 있었다. 나흘째였다. 어머니는 그것을 오래 보고 아무 말 없이 다시 덮었다.
그리고 소하 쪽으로 얼굴을 조금 기울였다.
"너한테서 무슨 냄새가 난다."
소하는 제 소매를 코에 대봤다. 아무것도 안 났다. 목덜미도 대봤고 손바닥도 대봤다.
"어떤 냄샙니까."
"마른 냄새." 어머니가 잠깐 말을 골랐다. "조금 단 것 같기도 하고. 어제도 났는데 오늘 더 나."
소하는 그 냄새를 안다. 그저께 밤 마당에서 났고 어제 우물 밑에서 났다. 저쪽 냄새다. 그런데 그건 쓸 때 나는 것이었고, 소하는 어제 이후로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쓸 때 나는 것이 안 쓰는 날에도 나고 있으면 그건 안 빠지고 있다는 뜻이다.
소하는 그 셈을 어머니 앞에서 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을 물었다.
"짐꾼 어른은 나오셨습니까."
"나왔어." 어머니가 손을 고쳐 잡았다. "나왔는데 어물전이 안 불러. 사흘 들어갔다 나온 사람은 안 쓴다더라. 지금 성 밖에서 흙 나른다. 하루 여덟 푼 받고."
소하는 여덟 푼을 셈해봤다. 어물전 짐꾼이 받던 것이 하루 열두 푼이었다. 관은 그 사람을 때리지 않았고 사흘 만에 내보냈고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았는데, 그 사람의 하루가 네 푼 줄었다.
"어머니."
"밥 먹어라." 어머니가 손을 놓았다. "그리고 니가 뭘 하든, 하고 나서 나한테 말해. 하기 전에 말고."
어머니는 뒤도 안 돌아보고 갔다. 다듬이질 소리는 어머니가 골목을 꺾을 때까지 계속됐다.
소하는 방에 돌아와 문 앞에 앉았다.
관이 준 종이 석 장 중 한 장에는 어제부터 두 줄로 적어둔 것이 있었다. 왼쪽에 된 것, 오른쪽에 안 된 것. 된 것은 넷이었다. 골목의 수레, 물레방아 방아채, 뼈계 사람 손, 어제 우물의 바닥. 안 된 것은 아홉이었다.
넷은 전부 사이 한쪽이 소하였다. 그건 어제 알아냈다. 그런데 안 된 아홉 중에도 한쪽이 소하인 것이 여럿 있었다. 그저께 밤 문틀에 손가락을 넣고 문을 당긴 것, 벽에 등을 붙이고 어깨를 민 것, 다리 밑에서 굄돌에 손을 대고 몸을 기울인 것.
소하는 일어나 문을 잡았다. 문짝과 문틀 사이에 왼손을 넣고 오른손으로 문을 천천히 당겼다. 눈을 감았다. 사이가 좁아지고 있었고 규칙에 맞았다. 손가락이 눌렸다.
다섯 번 했다. 다섯 번 다 눌렸다.
소하는 손을 빼고 문을 열었다. 복도에 젊은 관 사람이 서 있었다. 어제 우물에서 줄을 당겼던 사람이었다.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뭔데."
"제가 여기 손을 넣고 있을 테니 문을 미십시오." 소하가 문틀을 짚었다. "세게 미십시오. 제가 그만하라고 해도 미십시오."
그 사람은 소하 손을 보고 문을 보고 소하 얼굴을 봤다. 그리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관 사람들은 대체로 묻지 않는다. 묻는 것은 기록관 몫이다.
소하는 왼손을 문틀에 걸치고 눈을 감았다.
문이 왔다. 소하가 정하지 않은 속도로 왔다.
손이 안 눌렸다. 문짝이 손등에 닿기 직전에 서버렸고, 미는 사람은 계속 밀고 있었는데 문이 더 가지 않았다. 방 안에 마른 냄새가 잠깐 들었다. 젊은 관 사람이 손을 떼고 두 걸음 물러섰다.
소하는 눈을 뜨고 자기 왼손을 봤다. 문짝이 손등에 붙어 있었다.
"눈으로 정하는 것만 안 되는 게 아닙니다." 소하가 종이를 폈다. "손으로 정해도 안 됩니다. 제가 얼마나 좁힐지 알고 있으면 그 순간 그만큼으로 굳습니다. 저쪽이 좁혀와야 됩니다. 제가 못 세우는 것이어야 됩니다."
젊은 관 사람은 대답하지 않았다. 소하도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종이에 적을 말을 소리 내어 한 번 골라본 것뿐이었다.
왼쪽 줄 밑에 네 번째 줄을 적었다. 두 줄이던 것이 어제 세 줄이 됐고 오늘 네 줄이 됐다. 네 줄까지는 종이 한 장에 들어간다.
해가 기울 무렵에 못 뽑는 소리가 났다.
뒤뜰 풀은 베여 있었다. 어제는 무릎까지 왔는데 오늘은 발목도 안 됐다. 벤 자리에 남은 그루터기가 신 바닥으로 배겼다. 관이 오늘을 위해 마당을 정리해뒀다는 뜻이었고, 소하는 그것을 보고 오늘 물음이 어제보다 무거우리라는 것을 알았다.
우물 옆에 기록관이 서 있었고, 그 앞에 처음 보는 사람이 있었다.
관 옷인데 소매 끝에 은실이 두 줄 들어가 있었다. 쉰쯤. 어깨에 띠는 없었다. 소하가 다섯 걸음쯤 남기고 섰을 때 그 사람이 먼저 숨을 들이쉬었다. 숨이 길었고, 코로만 쉬었고, 다 쉬고 나서도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사람 주위 공기가 달랐다. 마른 꽃 같기도 하고 오래 덮어둔 옷 같기도 했다.
"이름꾼은 어디 있습니까." 소하가 물었다.
"어제 이후로 안 나온다." 기록관이 대답했다. 늙은 사람 목소리가 어제보다 낮았다. "규정으로는 사흘까지 기다린다."
은실 두 줄이 소하 앞으로 왔다. 가까이 와서 한 번 더 들이쉬었다.
"은포 것이 아닌 냄새가 난다." 그가 소하 얼굴을 봤다. "어제 우물에서 묻힌 게 아직 있어. 이런 건 하루면 빠진다."
"어머니도 오늘 아침에 그러셨습니다."
"어머니는 너를 열아홉 해 봤으니 알지. 나는 오늘 처음 보는데도 안다." 그가 물러서서 기록관 쪽으로 손을 폈다. "규정대로 묻는다. 오늘 우물에 내려가겠느냐."
소하는 우물을 봤다. 아가리에 두레박줄이 새로 감겨 있었다. 어제 쓴 줄보다 굵고 길었다.
"조건이 셋 있습니다."
"들어보고 정한다."
"첫째, 어머니를 성 밖 이모 집으로 보내주십시오. 둘째, 짐꾼 어른이 어물전에 다시 설 수 있게 관에서 한 줄 적어주십시오. 사흘 들어갔다 나온 사람이라고 안 쓰는 겁니다. 셋째는—"
"거절해도 된다." 은실 두 줄이 소하 말을 잘랐다. "규정이 그래. 물어보고 쓴다고 했으니 너는 매일 아니라고 할 수 있어."
"압니다."
"거절한 미정은 관이 안 쓴다. 안 쓰는 미정은 사흘 뒤에 문 밖으로 내보낸다. 그것도 규정이야." 그가 담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어제부터 저 문 밖에 매듭계 사람 둘이 서 있다. 관은 사람을 넘기지 않는다. 다만 내보낸 사람이 어디로 가는지는 관 일이 아니지."
소하는 담을 봤다. 담 너머는 안 보였다.
"계는 물어보지 않습니다."
"안 하지."
"관은 때리지 않고 밥을 주고 묻습니다." 소하가 말했다. "그리고 안 들어주면 계 앞에 내놓습니다. 이건 안 때리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걸 셈할 줄 압니다."
기록관이 종이를 폈다. 은실 두 줄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셋 다 안 됩니까."
"어머니는 보내준다. 그건 관에도 편해. 짐꾼은 안 된다. 어물전이 누구를 쓰든 관이 적을 일이 아니다."
"그러면 하나만 하겠습니다." 소하가 두 사람 사이로 한 걸음 들어섰다. "셋 대신 하나입니다."
"말해."
"목록에 올려주십시오. 열일곱 번째로."
마당이 조용해졌다. 담 너머에서 다듬이질 소리가 다시 들렸다.
"목록에는 속성만 적는다." 은실 두 줄이 소매를 내렸다. "사람 이름을 적는 자리가 없어."
"그러면 틈이라고 적어주십시오. 그리고 그 옆에 누가 알아냈는지 적어주십시오. 계가 가르쳐주지 않았고 관이 시키지 않았다고 적어주십시오. 열아홉에 짐 나르던 애가 사흘 동안 열세 번 해보고 네 줄을 세워서 알아냈다고 적어주십시오."
"그런 건 안 적는다."
"적는 건 접니다." 늙은 기록관이 붓을 들어 보였다.
은실 두 줄이 고개를 돌렸다. 늙은 기록관은 붓을 든 채 서 있었고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봤고, 그동안 소하는 이 관 안에서 누가 누구 위에 있는지를 처음으로 봤다.
"내려가겠습니다." 소하가 우물 쪽으로 한 걸음 갔다. "대신 하나 더 있습니다. 이건 조건으로 치지 마십시오. 셈입니다."

"뭐야."
"어제 저는 줄이 다 풀린 다음에도 계속 내려갔습니다. 스물다섯 자 줄인데 우물은 열여덟 자입니다. 저를 세운 건 줄이 아니었습니다." 소하는 손바닥을 폈다. 어제 줄에 쓸린 자리가 아직 벌어져 있었다. "이름꾼이 위에서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때 발이 바닥에 닿았습니다."
"그래서."
"부를 사람이 없으면 저는 안 섭니다." 소하가 우물을 가리켰다. "여섯이 못 나온 게 아닐 수 있습니다. 부를 사람이 없어서 안 선 겁니다. 오늘 이름꾼이 없으면 저는 안 내려갑니다."
은실 두 줄이 처음으로 소하를 오래 봤다.
그리고 품에서 나무패를 꺼냈다. 어제 소하가 우물 밑에서 쥐고 올라온 그것이었다. 하루가 지났는데 나무 색이 아직 한쪽만 짙었다.
"부를 사람 얘기를 하는구나."
그가 패를 왼 손바닥에 놓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오래 볼 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는 건 기록관과 같은데, 이 사람은 눈을 감고 있었다.
마당 공기가 바뀌었다.
벤 풀 냄새가 먼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축축한 것이 들어찼다. 우물 물때 냄새 같기도 하고 오래 젖은 나무 냄새 같기도 했다. 소하는 숨을 멈췄다. 냄새가 짙어지는 동안 마당 한가운데가 조금 어두워졌고, 어둡다기보다는 거기만 저녁이 먼저 온 것 같았다.
그 자리에서 소리가 났다.
"밖에 사람 있습니까."
젊은 남자 목소리였다. 소하보다 몇 살 위쯤. 마당에 있는 누구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밖에 사람 있습니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기록관이 붓을 쥔 손을 내렸다. 젊은 관 사람은 담 쪽으로 물러나 있었다.
"밖에 사람 있습니까."
세 번이었다. 세 번 다 같은 말이었고 세 번 다 조금씩 목소리가 얇아졌다.
은실 두 줄이 패에서 얼굴을 뗐다.
"향은 죽은 사람 냄새만 되살린다." 그가 손을 털었다. "그래서 여섯 번째는 죽었다. 관은 그렇게 적어둔다."
"그 패는 어제 젖어서 올라왔습니다." 소하가 말했다. "이백 년 마른 우물입니다. 젖을 데가 없습니다."
"그럼 어디서 젖었겠니."
"저쪽입니다."
은실 두 줄은 대꾸하지 않고 패를 다시 품에 넣으려 했다. 그때 냄새가 마지막으로 한 번 짙어졌다. 꺼지기 직전에 등잔이 한 번 밝아지는 것과 비슷했다.
같은 목소리가 한 마디를 더 했다.
"소하야."
냄새가 꺼졌다. 벤 풀 냄새가 돌아왔고, 담 너머 다듬이질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기록관이 붓을 놓쳤다. 늙은 사람이 그것을 줍지 않고 소하를 봤다.
"그 이름을 어떻게 알지."
소하는 열아홉 해 동안 자기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준 사람을 다 셀 수 있었다. 어머니, 같은 골목에 살던 두리, 열넷에 매듭계 앞에서 이름을 물어봤던 사람, 그리고 어제 우물 위에서 부른 이름꾼. 넷이었다. 방금 다섯이 됐는데, 다섯 번째는 소하가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소하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 관에 이름이 적혀 있었으며, 관의 기록에 죽었다고 적힌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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